LaTeX과 구조화 문서

보통 사용자가 좀 더 쉽게 문서 조판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 이외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LaTeX의 또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LaTeX은 구조화 문서 작성 기법을 통해, 사용자가 글쓰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구조화 문서 작성이란 무슨 말일까요?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저자는 내용을 충실하고 체계있게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글을 쓰는 도중에 많은 첨삭이 가해지고 여러 부분의 재배치가 이루어집니다. 어떤 부분을 독립된 장(chapter)으로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장에 부속된 절(section)로 격을 낮추어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해 글을 쓴다고 해 봅시다. 위와 같이 순수하게 글을 쓰는 데에 드는 노력 이외에, 저자는 문서를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신경을 쓰게 됩니다. 각 장(chapter)의 제목은 어떤 크기로 할 것인지, 강조할 단어는 무슨 글자체를 쓸 것인지 결정하고 이에 맞춰 편집을 해야 합니다. 또 논문에 등장하는 중요 결과인 정리의 시작 부분은 굵은 글자로 제목을 달고, 또 인용구나 예제를 쓸 때는 글자체를 좀 작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너무너무 할일이 많습니다.

사실 위에서 예로 든 문서를 예쁘게 하기 위한 작업들은 저자가 해야 되는 일이 아닙니다. 저자는 글의 내용이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인쇄된 문서를 예쁘게 보이게 하는 것은 저자가 할 일이 아니라, 출판사의 디자인 담당자가 할 일입니다.

저자가 해야 되는 일은, 여기서부터 "제 1장 서론" 의 시작이고, 이 부분은 정리이고, 또 이 부분은 예제이고, 저기 저 문단은 인용구이고, 그리고 어떤 단어들이 강조되어야 할 것인지를 지정하는 일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를 지정하여 작성된 문서를 구조화된 문서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문서에 장(chapter), 절(section), 예제 등과 같은 구조를 주는 것입니다.

LaTeX은 구조화 문서의 개념을 사용합니다. 사용자는 LaTeX이 제공하는 명령어들을 사용하여 앞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은 문서의 구조를 지정합니다. 사용자는 문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판될 것인지는 지정할 필요가 없이, 문서의 내용을 작성하는 데에 노력을 전부 쏟을 수 있습니다. 문서의 각 부분은 해당되는 구조에 맞게 LaTeX에 의하여 조판됩니다. LaTeX은 출판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줍니다.

LaTeX 사용자는 문서 전체가 어떤 스타일로 조판되어야 할 것인지, 종이 크기가 얼마만한지 등과 같은 것들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LaTeX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documentclass[12pt,a4paper]{report}

와 같은 명령에 익숙할 것입니다. 이 명령은 문서를 12포인트 크기의 본문 글자로 A4 종이에 알맞게 보고서 스타일로 조판할 것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문서의 스타일만 지정하면 LaTeX은 해당 스타일대로 사용자의 문서를 조판합니다. 이런 방법의 장점은 문서 전체의 스타일을 고치는 일이 매우 쉽다는 것입니다. 위 \documentclass 명령에서 reportbook 으로 고치기만 하면 문서가 보고서 형식에서 책 형식으로 바뀌어 조판됩니다.

LaTeX은 몇 가지의 표준 문서 스타일을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문서, 특히 학술 문서의 경우에는 이들 표준 문서 스타일로서도 충분합니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스타일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학술회나 학술 잡지들은 자신들의 LaTeX 스타일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저자의 역할 뿐 아니라, 직접 출판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의 역할까지도 하고 싶은 경우라면 LaTeX 문서 스타일을 만드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LaTeX 문서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게 된다면, LaTeX 전문가라고 불려질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LaTeX 문서 스타일 만들기에 도전해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리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


(C) 차재춘, 1996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