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학회소식
제 74 호
2000년11월
에서 발췌



고기형(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매듭론은 매우 특이한 수학분야이다. 주변(삼차원 공간)에 흔히 있는 폐곡선이라는 구체적이면서, 일견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현상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추상화를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수학의 다른 분야와 대비된다. 외국에서는 중고등학교의 영재학생들에게 매듭론이 연구과제로 제시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수학적 접근방법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끈으로 매듭을 만들어 아름다운 장식을 만들거나 밧줄을 매듭으로 묶어 실생활에 사용한 것은 수학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매듭론을 학문으로 시작하게 된 동기는 분자의 화학적 성질이 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어떻게 꼬여서 매듭을 이루고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켈빈(Kelvin)의 볼텍스이론이다. 19세기말 영국의 테이트(Tait)는 하나의 매듭으로부터 폐곡선을 유지하면서 연속된 변형에 의하여 얻어진 매듭은 서로 같다는 매듭형에 관한 엄밀한 정의를 주고, 교차점의 수에 따라 간단한 매듭에서부터 점점 복잡한 매듭을 중복없이 모두 나열하려 시도하였다. 1900년에 이르러서는 그는 리틀(Little)과 함께 교차점의 수가 10개이하인 매듭을 거의 분류해 내게 된다. 교차점 수가 9개인 매듭이 수십개이고, 10개인 매듭이 수백개가 되어 매듭의 수가 교차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되어 단순히 나열하는 방법을 통한 연구는 곧 한계에 도달함이 자명하다. 더우기 매듭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두 매듭이 실지도 같은지 다른지를 판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아래 그림에서 왼편의 두 매듭은 풀린 매듭이고 오른편의 두 매듭은 같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매듭이론은 대수구조를 이용하여 체계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덴(Dehn)은 원반에서 삼차원 공간으로 가는 연속함수가 원반의 경계부근에서 단사이면 이 함수를 고쳐서 원반의 내부에서도 단사가 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매듭의 기본군, 즉 매듭의 여공간의 기본군이 무한 순환군이라는 사실이 매듭이 풀릴 필요충분조건임을 증명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대수위상수학의 전형적인 형태로 이후 많은 매듭학자들의 귀감이 되었다.
그리고 덴은 가장 간단한 매듭인 왼편 그림의 왼쪽의 오른세잎매듭과 오른쪽의 왼세입매듭은 서로 다르다는 것도 밝혔다. 이와 같이 두 매듭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위하여는 매듭형 고유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를 매듭의 불변량이라고 하는데 교차점의 수, 매듭의 기본군과 같이 쉽게 생각할 수는 있으나 매듭을 구별하는데 그리 유용하지는 않은 것부터 최근 20년동안 많이 발견된 점화식의 형태로 계산이 가능한 것들까지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특히 알렉산더(Alexander)의 다항식은 20세기초 조합적 방법으로 정의된 이래 가장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다항식은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방법들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수학이 신이 제시한 진리를 인간이 탐구하고 있다는 기분을 많이 느끼게 만든다. 우리는 보통 매듭을 평면에 교차점에서 아래 위를 표시한 폐곡선으로 그리는데 이러한 2차원 사영으로 주어진 두 매듭이 언제 같아질까 하는 해답이 라이데마스터(Reidemister)에 의하여 주어졌다. 같은 두 매듭은 다음 그림과 같은 세가지 종류의 변형에 의해 하나로부터 다른 하나가 반드시 얻어진다.
라이데마이스터 변형 I 라이데마이스터 변형 II 라이데마이스터 변형 III

이 변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매듭을 구별하는 것은 어려우나 매듭으로부터 정의된 양이 불변량임을 증명하는데 흔히 사용된다.

 20세기의 중반에는 주로 매듭의 특정집합에 관 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특히 토러스 위에 그릴수 있는 폐곡선들을 토러스 매듭이라 하는데 이들의 알렉산더 다항식은 매듭이 토러스를 종과 횡으로 감은 횟수를 정확하게 포함하고 있어서 토러스 매듭을 모두 구분한다. 참고로 삼잎매듭은 종으로 2번, 횡으로 3번 감은 토러스 매듭이다. 또한 매듭을 2차원에 사영한 그림에서 어느 한 방향에 대하여 극대값이 나오는 점의 수를 세고, 매듭의 모든 가능한 사영과 방향에 대하여 이 수의 최소값을 취하면 교각수라는 불변량이 얻어지는데 위의 세잎매듭의 교각수는 2이다. 교각수가 2인 매듭도 모두 분류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토러스 매듭처럼 두 개의 정수값이 이들을 모두 분류해 낸다는 것이다.

 대학에 벡터미적분학 시간에 Curl이 0인 삼차원 벡터장을 폐곡선 상에서 적분하면 0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폐곡선을 경계로 가지는 곡면을 잡아 스토크의 정리를 써야하는데 아마 삼차원 공간의 폐곡선, 즉 매듭을 경계로 가지는 곡면이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기에 곤란을 겪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곡면의 존재성을 처음 밝힌 사람은 사이퍼트(Seifert)로 그는 순전히 조합적 방법으로 이 곡면을 찾았다. 아래그림의 왼편이 세잎매듭을 경계로 가지는 곡면을 사이퍼드의 방법으로 얻은 것인데 이 방법으로 얻은 곡면은 항상 원반과 이들 사이를 연결하는 180도 꼬인 띠들로 이루어진다.

물론 좀더 어려운 미분위상수학의 방법으로도 이 곡면의 존재성을 보일 수도 있지만 벡터미적분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는 이해시키기가 어렵다. 이 곡면으로부터 지표, 위수와 같은 매듭의 많은 불변량을 계산할 수 있어 이 곡면의 발견이 매듭이론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크다. 특히 고차원 매듭의 경우에는 매듭의 거의 모든 정보를 매듭을 경계로 가지는 다양체로부터 추출해 내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매듭들 사이에 연산도 가능한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산은 아래 그림과 같은 연결합이다. 연결합으로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매듭을 기약매듭이라고 하는데 슈베르트(Schubert)는 임의의 매듭은 기약매듭의 연결합으로 유일하게 나타낼 수 있음을 보였다. 풀린 매듭은 연결합에 대하여 항등원이 되고, 꼬인 매듭들을 아무리 연결합을 하여도 풀린 매듭이 얻어지지는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이후로 매듭이론은 여러 방향으로 급격히 발전하게 되는데 이 중 몇가지를 살펴보자. 콘웨이(Conway)가 알렉산더 다항식을 점화식의 형태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서 매듭이론의 연구에 기존의 대수위상수학의 기법이외에 조합론적 방법이 도입되었다. 존즈(Jones)가 C*-대수이론의 폰노이만대수에서 매듭의 존즈 다항식을 발견하고 이를 계산하는 점화식을 발표하자 곧 이 점화식을 일반화하여 2변수 다항식을 유도되었고 이 다항식은 헤케대수에 바탕을 두고 있음이 밝혀진다. 또한 점화식으로 계산되는 불변량의 궁국적이 형태인 바실리예프(Vassiliev) 불변량이 콘세비치(Kontsevich)에 의해 정립되게 된다. 이러한 조합적 불변량들은 리대수, 양자론에 철학적 바탕을 두고 통계물리, 통계역학, 폴리머화학, 분자생물학 등과 자연스럽게 연관되는 등 매듭이론의 지평을 한층 넓히게되어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특히 DNA와 RNA의 구조연구에 매듭이론이 자주 등장하게 되고, 나중에 언급할 암호이론에의 응용가능성으로 인하여 매듭이론을 정보통신과 생명과학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모든 삼차원 다양체는 매듭을 가지로 친 3차원 구의 덮개로 나타낼 수도 있는가 하면 여러개의 폐곡선으로 이루어진 매듭, 즉 고리의 근방을 잘라내고 새로 끼워넣는 덴 수술에 의하여도 얻어진다. 따라서 삼차원 다양체의 연구의 상당부분은 매듭이론에 의존한다. 특히 어떤 덴 수술로 같은 다양체가 얻어지는도 알려져 있어 유용하다. 19세기 말 프앙카레가 벌써 삼잎매듭에 덴 수술을 하여 3차원 구과 호몰로지가 같은 다양체를 얻고 3차원 구와 기본군이 같은 폐다양체는 3차원 구 뿐이라는 가설을 내게 된다. 이 가설은 매듭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흔히 한번씩은 도전해 보는 20세기 내에 풀리지 않은 난제이다. 어느 매듭에 덴 수술을 하여서는 프앙카레 가설의 반례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이 매듭이 P성질을 가졌다고 하는데 매듭의 여공간이 매듭을 결정한다는 결과가 최근에 증명된 이후, 모든 매듭이 P성질을 가질 것이라 믿고 있다. 물론 프앙카레의 가설은 모든 고리가 P성질을 가져야 해결된 것이다. 써스톤(Thurston)의 기하화 정리가 몇 개의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는 3차원 다양체는 일반적으로 하이퍼볼릭 공간이 된다는 것이고, 이 경우 기본군이 3차원 다양체를 결정한다. 기화화 정리의 분류에 따른 삼차원 다양체가 어떤 덴 수술로 얻어지는지를 연구하는 것도 흥미롭다. 또한 위튼(Witten)이 물리학적이 직관으로 예언한 3차원 다양체의 불변량이 3차원 다양체를 기술하는 고리의 존즈 다항식의 변형으로부터 유도된다는 사실을 필두로 위에서 언급한 점화식을 통한 불변량들로부터 많은 종류의 3차원다양체 불변량이 추출되어 3차원 다양체의 연구와 매듭이론은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밀너(Milnor)는 대수곡면의 특이점이 제거가능한가의 여부를 매듭이 놓인 3차원 구를 경계로 갖는 4차원 공에 들어있는 원판의 경계로 나타낼 수 있는 지를 연관시켰는데, 매듭이론에서 이것이 동계성의 연구로 이어졌다. 매듭들 사이에 약화된 동치관계인 동계성은 연결합 연산을 가지고 매듭의 집합을 가환군으로 만들어 준다. 이 경우 한 매듭의 역원은 거울대칭에 의해 얻어진다. 매듭의 동계군은 고차원의 경우에는 계산되어질 수 있는데 2, 4, 무한대인 순환군의 무한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관심은 자연히 고리의 동계성 연구로 넘어 갔다. 고리의 각 폐곡선이 서로 만나지 않는 곡면의 경계로 표시되면 이 고리를 경계고리라 하는 데 경계고리의 동계성은 비교적 잘 이해되어 있다. 그러나 경계고리와 동계가 아닌 고리가 최근 발견되었다. 한편 경계고리을 좀 더 일반화한 호몰로지 경계고리나 이것의 부분고리의 집합에 대한 연구가 요즈음 진행되고 있다.

 19세기 아틴(Artin)이 땋임(braid)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땋임군의 생성자와 관계자를 정립하였다. 땋임은 머리을 땋는 것처럼 몇 개의 가닥을 꼬아 놓은 것이다. 같은 가닥수를 가지는 두 땋임을 아래 위로 연결하는 것에 의해 자연스러운 군연산이 정의되어 땋임군이라는 비가환 무한군이 얻어진다. 땋임의 군구조를 매듭이론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20세기 중반부터 이루어져 모든 매듭과 고리가 땋임의 아래쪽과 위쪽을 닫아서 얻어지며 언제 같은 매듭이나 고리가 얻어지는 지도 밝혀졌다. 아래그림은 8자매듭을 땋임을 닫아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존즈는 매듭을 땋임으로 표시하고, 땋임군의 헤케대수로의 재표현의 대각합(trace)로부터 매듭과 고리의 존즈 다항식과 그의 일반형이 얻었다. 일반적으로 땋임과 매듭의 연구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특히 최근에는 땋임군의 단어문제의 빠른 해를 기반으로 공개키 암호시스템도 구성된바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매듭이론의 연구는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지난 30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다수의 연구자가 필즈상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중요성이 점차 인식되어 기대되는 젊은 연구자가 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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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Mar. 09, 2001